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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시리즈] 서울 한복판 예술가의 옛집을 찾아

Date: 
Tuesday, 24 September, 2019 - 16:10

1: 성북동 최순우 옛집
 

호주한인동포들의 모국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의 한복판에서도 궁궐을 둘러싼 주변은 산업화 시대 개발의 광풍이 비껴간 동네다.

편리한 차가 짐이 되는 좁은 골목은 천천히 걷기 좋고, 곳곳에 오랜 세월과 이야기를 품은 집들이 남아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터를 잡고 사랑한 동네라고 한다.

모국을 찾는 호주한인동포들이 반드시 들르는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예술가들의 옛집을 찾아 예술적 역사의 흔적을 느껴보는 것은 고국의 근대사를 이해하는 초석이다.


사진: 최순우 옛집의 뒤뜰(좌), 최순우 옛집의 사랑방(우)

 

'문을 닫으면 이곳이 깊은 산중'…성북동 최순우 옛집

한양도성 북쪽 동네 성북동. 산업화 시대,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도심과 가까운 이곳으로 모여들어 서울 최고의 부촌과 마지막 남은 달동네가 여전히 공존하는 곳이다. 고만고만한 상가와 빌라들이 늘어선 골목에 단정한 한옥 한 채가 있다.

 큰길 바로 뒤로 난 이 좁은 골목에 들어섰다면, 이 집을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외관은 물론이거니와, '최순우 옛집'이라는 간판과 문화재(등록문화재 제268호)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발길을 붙든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설파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대중에게도 유명한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인 최순우 선생(본명 희순, 1916∼1984)이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집이다.

돌계단 예닐곱개 높이의 축대 위에 올라앉아 있는 이 집은 1930년대에 지어진 근대한옥이다.

사랑방과 안방, 대청과 건넛방이 있는 본채가 'ㄱ'자 모양으로, 현재 전시실로 쓰고 있는 바깥채가 'ㄴ'자 모양으로 마주 보고 있다. 가운데 안뜰을 품고, 두 귀퉁이가 트여 있는 'ㅁ'자 형이다.

선생의 서재인 사랑방 문 위에는 최 선생이 이사 오던 해 직접 써서 건 현판이 있다.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문을 닫으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라는 뜻이다.

돌계단을 올라 대문 안에 들어섰을 때도, 사랑방을 돌아 뒤뜰을 마주했을 때도 '이런 곳에 이런 집이!' 하고 감탄했던 이유가 바로 저 여섯 글자가 의미하는 바와 딱 맞아떨어졌다.

남쪽으로 난 뒤뜰은 석벽으로 막혀 있지만, 안뜰보다 훨씬 널찍해서 해가 잘 든다.

그곳에는 값나가는 정원수 대신 작살나무, 신갈나무, 소나무, 감나무, 자목련, 단풍나무, 밤나무, 모과나무, 생강나무, 산수유, 산수국, 대나무, 비비추, 원추리, 상사화, 머위, 바위취, 옥잠화 같은 친숙한 꽃과 나무들이 제법 울창하다.

사람 모습을 새긴 동자석과 문인석, 벅수부터 우묵하게 패여 빗물을 받거나 장식으로 두는 돌확, 향로를 놓아두는 향로석이 그 사이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장독대 앞에 돌로 만든 널찍한 원형 테이블이나 신갈나무 아래 돌 벤치에는 최순우 선생의 저작과 동화책이 놓여 있다.

초여름의 햇살을 받아 빛나는 나무 아래서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를 펼쳐 들고 선생이 사랑했던 것들, 주변의 작고 아름다운 것들에 찬찬히 눈길을 둔다.

사랑방의 뒤뜰로 난 문에는 단원 김홍도의 글씨를 집자한 현판이 걸려 있다. '오수당'(午睡堂), '낮잠 자는 방'이다.

단정한 고가구와 서책으로 꾸민 사랑방에서 낮잠을 자다 깨어나 용자살 미닫이문 너머로 뒤뜰을 바라보는 선생의 마음을 툇마루에 앉아 짐작해본다.

선생은 완(卍)자 창살이 잔재주를 부린 것이라면, 용(用)자 창살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아름다움을 갖췄다며 칭송했다.

사랑방 바로 앞 향로석 위에 또한 사랑해 마지않던 백자를 올려놓고 감상했다니, 그 고아한 사치가 너무너무 부럽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15길 9
    4∼11월, 화∼토요일, 10∼16시. 추석 당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 02-3675-3401∼2

 

©연합뉴스/TOP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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