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gn Up For Subscribe

Register your email address to receive our weekly e-letter and social media updates to your email.

이레터 무료 구독신청

값싸고 푸짐하고 매콤달콤한 '글로벌 간식' 떡볶이

떡볶이가 글로벌 음식이 됐다.

최소 호주에서는 그렇다. 각종 다문화 음식 축제의 단골 메뉴일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의 음식 매체를 통해 한국의 시그니처 거리 스낵으로 자주 소개되고 있다.

또한 떡볶이 맛 하나로 성공사례를 쓴 시드니와 멜버른의 한국식 분식점도 다수다.

호주인을 주고객층으로 하는 시드니와 멜버른 시내의 몇몇 퓨전식 한국 레스토랑은 ‘특유’의 떡볶이 메뉴를 선보여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호주 내의 한인 유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 청년들보다 오히려 동포 2세대 청년, 심지어 한국음식에 매료된 호주인들이 떡볶이를 더 자주 찾는다는 사실이다.

호주에 한국식 BBQ가 알려지기 전 떡볶이는 ‘한국의 국가대표 음식’으로 김치, 비빔밥과 함께 호주 주류 매체에 가장 먼저 소개된 한국음식이기도 하다.

떡볶이는 분명 특유의 한국의 맛이기 때문이다.

떡볶이의 원조 신당동 떡볶이

자타가 인정하듯 떡볶이의 본고장은 대한민국 서울 신당동이고 ‘신당동 떡볶이’는 관광상품이 됐을 정도다. 

맛도 여전히 뛰어나다.

가스버너에 얹혀진 검은색 프라이팬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면, 그 안에서는 동그란 육수 거품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가래떡, 어묵, 쫄면, 라면, 군만두 등 다양하고 풍성한 식재료들의 향연장.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넘어간다. 식당 주인이 문득 식탁으로 다가오더니 정성스레 손을 보탠다.
 

"음식이 끓어오를 때 이렇게 국자로 잘 휘저어서 고루고루 섞어주면 좋아요! 들어간 정성만큼 맛이 더해지거든요." 
 

 영험한 신을 모시는 신당(神堂)이 있었다는 서울 신당동. 19세기 말 갑오개혁 때 한자만 바꾸어 신당(新堂)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이곳에 가면 떡볶이 전문식당이 즐비한 '신당동 떡볶이 타운'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유일의 떡볶이 전문 먹자골목이라고 한다.

'신당동' 하면 '떡볶이'가, '떡볶이' 하면 '신당동'이 먼저 떠오를 만큼 둘 사이는 막역지우처럼 무척이나 긴밀하다.

신당동 떡볶이가 떡볶이 음식의 대명사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렇다면 신당동은 언제부터 떡볶이와 이토록 깊은 인연을 맺었을까? 
 

신당동 떡볶이의 원조

거리의 초입에 있는 식당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는 그 내력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간판에 나란히 쓰인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와 '이젠 며느리도 알아요'라는 알 듯 말듯 위트 섞인 문구가 바로 그것.

신당동 떡볶이의 원조인 이 식당의 역사는 1953년 마복림 할머니(2011년 타계)가 시작해 며느리 전순자(74)·김선자(64)·이순자(65) 씨를 거쳐 손녀 박은순(42) 씨까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전라도 광주 출신인 마복림 할머니는 한국전쟁이 끝나던 해 신당동 골목에 떡볶이 가판대를 차리고 장사를 시작했다.

전쟁의 참화 속에 무척이나 배고프던 시절. 남편과 함께 미군 물품 보따리 장사를 하던 할머니는 짜장면에 떨어진 떡을 어느 날 우연히 맛보고는 홀딱 반해 고추장과 춘장을 일정 비율로 섞어 떡볶이 요리에 나섰다. 춘장은 짜장면에 들어가는 중국식 된장이다.

미군 부대에서 배급받은 밀가루로 작고 가는 가래떡을 뽑은 뒤 고추장, 춘장을 넣어 볶아 팔았던 떡볶이는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다.

1970년대 초에 지금의 떡볶이 골목이 생긴 데 이어 80년대에는 식당마다 DJ박스를 설치해 신청받은 사연과 함께 음악을 틀어주며 새로운 시대 문화 창출에 일조했다.

고교야구가 인기를 누리면서 인근 동대문운동장에서 야구 관람을 마친 학생과 시민들은 저렴한 가격에 배를 채울 수 있는 이곳으로 줄줄이 찾아 들었다. 당시 젊은 시절을 살았던 노장년층이 옛 향수를 떠올리며 오늘날 떡볶이 거리를 즐겨 찾는 배경이다.

사진: 떡볶이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 거리 스낵인 순대, 어묵, 튀김

 

떡볶이의 변신

떡볶이 골목을 걷노라면 식당 안팎에 줄줄이 새겨놓은 메뉴들이 눈에 들어온다.

떡볶이 요리를 대표하는 명칭이 돼버린 신당동 떡볶이 외에 해물 떡볶이, 치즈 떡볶이, 짜장 떡볶이, 눈물 떡볶이, 열불 떡볶이, 궁중 떡볶이 등 파생메뉴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떡볶이는 호주로도 이미 유입된지 오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정통 신당동 떡볶이가 진짜다.

가늘게 뽑아낸 떡볶이 가래떡과 함께 어묵, 쫄면, 라면, 군만두, 계란이 주재료로 들어간다.

초창기에는 밀가루가 들어간 떡을 사용했으나 요즘은 쌀로만 빚는다. 식당에 따라 계란을 넣기도 하고 넣지 않기도 한다. 소스 또한 식당마다 조금씩 달라 그만큼 맛의 개성이 느껴진다.

파생 떡볶이 음식들은 이 신당동떡볶이 메뉴를 기본으로 삼는다. 해물떡볶이는 콩나물, 팽이버섯에다 새우 등 각종 해물을 넉넉히 추가하고, 치즈떡볶이는 팽이버섯에다 치즈 떡과 치즈를 별도로 넣는다. 짜장떡볶이는 춘장으로 시작했던 초창기의 떡볶이를 떠올리게 한다.

 주문을 받으면 이들 음식은 육수가 더해져 손님 밥상의 가스버너에 올려진다. 육수는 파, 무, 다시마, 멸치, 황태, 새우 등 부재료들로 삶아낸 것. 고추장과 춘장이 일정 비율로 섞인 소스도 합세한다.

각종 식재료와 양념류가 조화를 이뤄 탄생한 별미가 바로 떡볶이 요리다.
시드니에서 분식점 스타일의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변 모(49) 사장은 "떡볶이 레시피는 글로벌화돼 있지만 정작 떡볶이의 제맛을 내기 위해서는 불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 가정에서도 간편히 요리할 수 있는 떡볶이 

 

가정식 떡볶이

그는 “가정에서도 떡볶이를 맛있게 요리하려면 식재료와 육수가 담긴 냄비에 가스 불을 지펴 팔팔 끓인 다음 고루고루 잘 저어줘야 한다”면서, “웬만큼 익었다 싶으면 불을 졸여 은근한 열기가 가해지게 하라”고 주문했다.

변 사장은 “잘 뒤섞이고 잘 익은 떡볶이를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치즈떡볶이를 만들 땐 치즈를 육수가 끓을 때 넣어줘야 해요. 일찍 넣으면 치즈가 냄비 바닥에 눌어붙기 쉽거든요"라고 덧붙였다.
 

고국의 추억...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떡볶이

떡볶이 음식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 스낵으로 해외동포들에게는 각별한 음식이기도 하다.

이민자들에게는 고국의 추억과 함께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시드니의 몇몇 떡볶이 전문점에서 테이크어웨이로 주문하는 중년 남녀들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떡볶이로 간식을 즐기며 고국의 추억담을 나누는 것은 이민자 사회의 특권이기도 하다.

 ©최윤희 기자/연합뉴스

Tags: 

clearblockeleven

clearblockeleven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