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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 식당 간판 메뉴 ‘돼지국밥’ 원조는 부산일까, 밀양일까

해장국 전문 식당의 간판 메뉴인 ‘돼지국밥’은 어감부터 왠지 진한 사투리에 남루한 차림의 중년 남성들이나 좋아할 음식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최소 호주에서는 돼지국밥이 젊은 세대들의 선호음식으로 탈바꿈했다.  유독 추위가 남다른 올 겨울 돼지국밥을 찾는 젊은 고객의 수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호주 내 주요 도시의 한인촌에 들어선 해장국 전문 식당의 주요 고객은 거의 젊은 세대들이고, 이들은 사투리는 커녕 오히려 영어 억양이 뚜렷한 발음으로 스스럼없이 ‘돼지국밥’을 다소곳하게 주문하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된다.

그렇다면 호주한인동포 2세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돼지 국밥의 매력은 무엇일까?

 

‘소울푸드' 밀양 돼지국밥

돼지국밥의 본향은 부산으로 알려졌지만 경상남도의 밀양 역시 돼지국밥의 원조로 평가된다.

밀양 사람들은 오히려 밀양이 돼지국밥의 원조라는 점에 방점을 둔다.

지금의 부산 돼지국밥이 밀양에서 건너갔다는 주장인 것.

사진= 밀양 돼지국밥 원조로 알려진 동부식당 돼지국밥

실제로 인구가 10만 명에 불과한 밀양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돼지국밥집이 운영되고 있다.

밀양 돼지국밥집의 특징은 나름대로 조리법이 있어 맛도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유명한 식당들도 많고 가장 오래된 곳은 80년 전통을 자랑한다. 돼지머리와 갖가지 뼈를 넣어 가마솥에 몇 시간씩 고아서 우려낸 전통 돼지국밥부터 족발과 수육에 걸쭉한 국물을 활용한 퓨전 돼지국밥까지 다양하다.

 

돼지국밥의 유래

밀양 돼지국밥의 유래는 문헌에서는 아직 발견된 바가 없으나, 밀양의 지리적 특성과 농경문화에서 대략 유추된다.

현재 돼지국밥의 모습이 갖춰지기 전에는 돼지고기 삶은 물에 고기 몇 점을 넣고 밥을 말아 먹는 식이었다.

밀양에서 돼지국밥을 즐겨 먹게 된 연유를 살펴보자면 민간이 함부로 잡지 못했던 소에 비해 돼지는 일반인들도 도축이 가능해 식재료로 널리 활용됐다고 한다. 이는 돼지고기를 활용한 음식문화의 발달로 이어졌던 것.

특히 밀양의 경우 따뜻한 기후적 특성 덕분에 돼지의 잡내를 없애고 국밥의 맛을 보완해주는 산초, 들깻잎 등을 식재료로 많이 활용하는 남부지방 특유의 음식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진= 밀양 닥치기할매 돼지국밥으로 알려진 예림돼지국밥 

이 지역의 70대 이상의 노인들은 한결같이 '닥치기 할매'를 기억한다.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다 해내는 억척스러운 할머니였기에 그같은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닥치기할매가 돼지국밥을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이전이라고 한다.

이 집 국밥 맛의 비결은 모든 돼지고기 손질을 식당 내에서 한다는 것이고 국물은 장작불을 이용해 옛날 방식대로 진하게 우려 내는데 있다고 한다.

 

진화하는 돼지국밥
이곳에서 운영되는 동부식육식당은 돼지국밥의 원조로 불린다. 삼형제가 선대의 가업을 이어받아 동부식육식당 등 밀양 무안면에서 각기 다른 돼지국밥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삼형제의 식당은 모두 80년 안팎의 역사를 자랑한다.

동부식육식당의 최수곤 사장은 "원래는 돼지국밥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며 돼지고기를 삶은 물을 '전국'이라 불렀다고 말한다.'
 

사진= 밀양 돼지국밥 원조로 알려진 동부식당 돼지국밥

‘전국’에 고기와 밥을 조금씩 넣어 팔았는데 그것이 돼지국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돼지국밥은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최 사장은 깔끔한 국물맛을 낼 방법을 고민하다, 우골(牛骨)을 삶아 낸 육수를 개발해 냈고, 그것이 이 집의 특징이 됐다.

지금도 주말이면 400∼500그릇이 팔릴 만큼 인기가 높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뚝배기에 밥을 말아서 내주는 전통적인 돼지국밥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미리 국그릇에 밥을 담가 놨다가 뜨거운 국물을 여러 차례 부어 뜨끈하게 만들어 서비스한다. 물론 따로국밥 메뉴도 있다. 기름기가 없는 이 집 국물은 맑고 투명하다.
 

근방의 또 다른 돼지국밥집의 주인 류재현 씨.  친누나로부터 가게를 이어받아 16년 째 같은 자리에서 영업해 오고 있다.

이 집에는 지난 10년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이 식당을 찾아 한 끼를 해결하는 80대 노인도 있다고 한다.

 

들어서자 마자 식당 맨 앞 구석자리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이 노인에게 돼지국밥 한 그릇이 배달된다. 주문할 필요가 없다. 노인의 메뉴는 항상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노인은 "이제는 친구들도 다 죽고, 요즘은 너무 외롭다"며 천천히 숟가락을 움직여 한술씩 떴다.

다른 국밥집은 입맛에 안 맞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에 꼭 한 번씩 이 식당을 찾아 끼니를 해결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한국 TV의 먹거리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회자되는 이른바 '소울푸드'라는 말이 이 할아버지에게 딱 들어맞는 듯하다.
 

사진= 밀양 단골집 돼지국밥 정식

인근에 위치한 밀양 전통시장 안쪽 골목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로와 같다.

이런 복잡한 통로 한곳에 '돼지국밥 단골집' 간판이 보인다. 이곳도 80년이 넘는 가게 연혁을 자랑하는 곳이다.

딸 윤말애 씨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정화자 할머니는 시어머니로부터 돼지국밥 조리법을 전수해 50년 넘게 밀양 돼지국밥을 만들어 오고 있다.

정씨의 시어머니는 한국전쟁 전부터 돼지국밥집을 하셨다 한다.

이 집 돼지국밥은 국물이 맑고, 원하는 사람에게는 방아잎을 제공한다.

정화장 할머니는 “방아잎의 독특하고 쏘는 맛이 돼지고기 잡내를 없애주는 장점이 있지만, 향이 강해 처음 먹는 사람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TOP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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