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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무늬/안드레아 제니] 창 밖에 새가 울면

동이 틀 무렵 구슬프게 울어대는 새소리에 나는 잠이 깼다 

이름 모를 새가 와서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항상 2월이면 그새가 우리 집 창밖에서 울어 댄다. 새는 몇 년 전 앓았던 아픔의 기억을 몰고 온다.

 

 몇 년 전 무더운 2월에 왼쪽 가슴 밑으로 손톱크기 정도의 피부가 뻘겋게 피었었다. 그것이 땀띠라고 생각했던 나는 파우더, 연고를 발랐다. 상태가 좋아졌다.

그 다음해 같은 2월에 또다시 똑같은 자리에 피부가 뻘겋게 되고 약간 간지러웠다.  그래서 전 해처럼 땀띠인줄 알고 똑같은 방법으로 연고를 발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뻘건 피부는 더 커졌고 조금 아팠다.  서둘러 병원엘 갔다.

의사 선생님은 붉어진 피부를 보더니 얼굴을 많이 일그러지면서 "아~ 이를 어째!"하는 것이 아닌가,  " 왜요 암이에요 ?"  라고 나는 물었다

암보다 더 아픈 ‘대상포진’ 이라는 것이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적 수두에 걸리면 그 바이러스가 몸에 잠적해 있다가 면역성이 떨어지면 신경세포를 따라 물집이 생기고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라는 것이다.  그때는 조금 아파서 심각한 것인 줄도 몰랐다. 진통제를 처방 받았다.

그 이후부터 아프기 시작하는데 뭉치로 된 대못으로 내 가슴을 찍어대는 것이 아닌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파 뒹굴 수도 없고 움켜 잡을 수도 없고 그냥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진통제를 아침에 한알, 저녁에 한알을 먹었다. 

약이 너무 작아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약을 먹어도 그때만 잠깐이지 아픔은 다시 시작 되었다.  나중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아침 한알, 저녁에 두알, 남편은 옆에서 매일 밤마다 울었는지 눈만 뜨면 눈이 부어있고 충혈되기까지 하였다. 조금씩 조금씩 약을 늘려갔다. 

아침에 2알 저녁에 2알, 몇 주 지나서 아침에 2알 저녁에 3알, 다시 못견뎌서 아침에 3알, 저녁에 3알, 그러기를 2개월이 지났을까? 왼쪽 앞뒤로 신경을 따라 물집이 흉측하게 번졌다.  물집 위는 마치 푸른 곰팡이처럼 푸르게 피어갔다,

약을 먹으려고 알약을 입에 넣고 부엌에 가다 전화가 오는 바람에 물 마실 것을 잊었다. 이상하게 혀가 안 돌아가 알고 보니 혀 밑으로 약 한 알이 돌고 있었다 .그 약으로 인해 혀에 마비가 와 그날 내내 말을 못했다.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엔 글씨가 안 보였다

 

어느 날 꿈에 하얀 한복을 입고 하얀 꽃이 죽 널려 있는 꽃 길을 건너려 하는 찰나 큰아들이 "엄마 ~ " 하고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먹은 것도 없는데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동생을 불러 켄터베리 병원으로 갔다.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4박5일을 물 한 모금 안주고 영양제만5일 동안 맞았다. 머리는 MRI로 검사하고 위, 장은 내시경으로 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고 집에 가서 죽을 먹으라고 한다. 엄마와 동생은 나에게 가볍게 육개장을 사주었다. 속이 개운했다.

그렇게 아프기를 8개월이 걸렸던 것 같다. 남편은 평생 울어보지 못한 울음을 그때 다 울었다고 한다. 나 또한 너무 울어서 그 눈이 많이 더 나빠졌다. 남편만 아니면 그 약을 한번에 다 먹고 잤을텐데……

 9개월이 되어서야 밖에 나갈 수 있었다.  집에서 역까지 걸어가는데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1시간은 걸렸을 게다. 한걸음 걷고 쉬고, 한걸음 걷고 쉬곤 했다, 운동부족으로 다리의 힘과 근육이 다 빠졌던 것이다. 걸으면 신경 부위에 자극이 와서 더 고통스러웠다. 외롭고, 힘들고, 무서웠던 그 시절, 남편은 잦은 출장 때문에 항상 미안해 했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고 수다떨고 싶었을 때,

새가 와서 동이 트기 전에 찾아와서 “불쌍해, 불쌍해, 네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해" 라고 하며 위로와 함께 울어 주는 것 같았다.  

요즘도 해마다 이월이면 그 새가 날아와 창밖에서 울며 옛 상처를 바늘로 살짝 질러주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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