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gn Up For Subscribe

Register your email address to receive our weekly e-letter and social media updates to your email.

이레터 무료 구독신청

[데스크 칼럼] 한인 단체장 인물난…한인사회 역량 퇴보

시드니 한인사회의 많은 단체장 선거가 올해 예정돼 있다. 시드니한인회도 최근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 착수하면서 32대 한인회장 선거에 시동을 걸었다. 과연 이번엔 경선이 치러질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제 한인 단체장 선거에 대한 열기와 축제 분위기는 과거사가 되고 있다. 한인회장 후보가 경선을 치르면서 선거전 과열을 걱정했던 것이 불과 6-7년 전의 일이다. 과거 한 단체장 선거는 소송전으로 비화될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치열한 경선은 한인사회 불협화음의 씨앗이자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함량 미달 후보들의 상식 이하 행태는 한인사회를 낯부끄럽게 만들고 선거 혐오증을 확산시켰지만 경쟁은 그만큼의 값어치를 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리에 오른 단체장은 주어진 역할에 임하는 자세도 남달랐다. 한인사회 발전과 도약을 위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솔선수범하며,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봉사했다.

그런데 작금의 호주 한인사회 단체장 선거는 이런 순기능을 못하고 있다. 단체장 선거가 어느 순간부터 조용하고 편안한 무경쟁 상태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시드니한인회장 선거는 30-31대 연속 경선이 없었다. 두 번 모두 단독 출마한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다.

호주의 다른 지역 한인회장 선거와 다른 단체장 선거도 거의 단독 출마자가 찬반 투표나 추대를 통해 당선되는 추세다. 초대 회장이 ‘영구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일부 단체도 적절한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인 단체장이 인기난과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보수 명예직인 단체장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민 불모지에서 끈질긴 도전정신으로 호주에 정착한 이민 1세대들은 한인사회에 대한 강한 애착과 끈끈한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사비를 써가면서까지 단체장으로 봉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의 변화는 단체장 선호도를 하락시켰다. 한인 인구는 많아졌지만 호주의 생활 환경은 각박해지고 있다. 남과 우리를 배려할 여유가 줄어들면서 한인들 간 유대감은 약화되고 있다. ‘단체장은 잘하면 본전’이라는 부정적인 세평도 한몫 하고 있다.

단체장 인물난은 한인사회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단체장 자리를 자질 미달의 인물이 차고 앉아 감투만 쓰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면 단체와 단체장의 위상은 실추되고 한인사회의 결속력은 와해되기 십상이다.

단체장과 단체에 대한 한인들의 무관심은 더 심각한 문제다. 단체장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데 단체를 위해 헌신하고 성원하려는 구성원은 별로 없다. 구성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단체장과 단체는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한인단체는 정치, 경제, 문화, 체육, 여성 등 한인사회 각 분야 한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고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면서 전체 한인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  한인회는 그러한 책임과 의무가 더욱 막중하다.

이런 한인단체에 대한 무관심 확산은 한인사회 전체의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 정치인들은 대표조직이 없는 공동체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자칫 한인사회가 호주 정부와 소수민족으로부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기 전에 한인단체와 단체장에 대한 인식 제고와 이를 위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올해 예정된 한인회장을 비롯한 단체장 선거를 통해 이런 인식 제고와 리더십 발휘를 위한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권상진 기자 

Tags: 

clearblockeleven

clearblockeleven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