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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한나안] 고마워 캥거루야

조이(Joy)는 내가 지어준 백 목련 이름이다. 오늘아침 산책길에 마주한 조이는 상아빛 꽃잎들을 살그머니 열며 한 송이 백목련을 피우고 있었다. 어제만 해도 삶은 계란 껍질을 막 벗겨낸 듯이 말쑥한 차림이더니 도톰하고 우아한 잎들을 열며 웃고 있다. 시드니에 피어있는 어느 목련보다 사랑스러워 산책길이면 꼭 인사를 나눈다.           

연분홍 아젤리아 울타리 옆을 살그머니 돌더니 큰길로 나서서는 쌩 하니 바람을 가르며 사라지는 아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었다. 활기 찬 모습으로 출근하는 아들을 보는게 정말 오랜만이다. 가슴에 두 손을 포개고 “캥거루야 고마워”를 연발했다. 시월의 따스한 아침 햇살이 잔잔한 웃음으로 발코니 가득 채워 온다.

2017년 10월, 아들은 회사에서 무거운 박스를 옮기던 중, 허리를 다쳐  응급실로 갔다. 요추 4번과 5번 사이 디스크가 뒤편으로 약간 밀렸다고 의사는 대단한 일 아니라는 듯 말 했으나 난 무척 걱정스러웠다. 쉽사리 치유되지 않는 디스크 병이 하필이면 우리 아들에게 발생할게 뭐람.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한국으로 척추 치료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서울 나누리 척추병원으로 전화 했더니 MRI 찍은 사진들 가지고 오라고 했다. 장기간 한국에 있어야 할 생각을 하니 이런 저런 일들이 발목을 잡았다. 회사일에 지장이 많을 것 같아 쉽사리 떠나지를 못하고, 일단은 호주병원에서 치료해 보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아들은 일주일에 3번 물리치료를 받고, 카이로프락틱에서 척추 교정시술도 받았다. 한 달에 한 번씩 담당의사에게서 경과 증명서를 받아 산재 보험회사로 보내며 예약시간에 맞추어 다니려니 여간 힘든 일 이 아니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어 아들은 침대에서 뒹굴며 거의 일 년을 보낸 편이다. 차츰 차도가 보이자, 보험회사에서 지정한 GYM에서 운동기구들로 체력단련을 시켜주었다. 드디어 25Kg 의 육중한 운동기구도 밀어낼 정도 힘이 세어졌다. IOH( 회복기 환자들 직업소개소)에서 환자 상태로 감당할 수 있는 직업 알선도 해 주었다.

보험회사에서 마지막 월급의 80퍼센트를 지급해주고 모든 치료비를 부담해 주었다. 상상도 못했던 고마운 손길이 무척 고마웠다. 아프면 무조건 한국으로 달려갈 생각부터 하게 되는데 무료로 치료 받고 건강 회복 해서 호주에게  캥거루에게 정말 감사했다. 서두르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친절한 의료진들의 친절과, 치료끝난 후 홈 케어 까지 해주는 의료 시스템에 정말 놀랐다. 우리가 뭐길래? 뭔가 답례하고 싶은 심정까지 일었다. 이민자인 우리를 호주는 마치 캥거루가 새끼를 아랫배에 있는 육아낭에서 키워 푸른 초원을  맘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키워내듯이 아들을 캥거루 육아낭에서 치료해서 건강한 몸으로 출근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캥거루 암컷은 3배를 동시에 키운다 한다. 첫 번째 배의 새끼는 이미 다 성장하여 새끼 주머니에서 나왔지만 어미의 젖을 먹으러 육아낭으로 오며, 두 번째 배의 새끼는 앞발만을 이용해 육아낭 속으로 기어 올라가서 젖꼭지에 달라붙어 젖을 먹고 자라고, 세 번째 배의 새끼는 아직 자궁에 있는 상태라 한다. 정착한 이민 일 세대들에게, 아직 자라고 있는 이민 자녀, 그리고 엄마 배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들에게도 자녀혜택을 제공하며 육아낭이 더 이상 필요 없을 때 까지 보살펴 주는 캥거루.

기린 목을 빼고 하늘로 쭉쭉 뻗은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서있는 아파트 앞 공원에 꽃 나무는 눈에 띄지 않았다. 어떤 나무를 심을까 망설이다 목련을 심기로 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산책로 옆 벤치 바로 옆 화단에 무릎높이만큼 자란 백목련을 심었다. 땅을 깊게 파고 좁쌀 알 같은 비료도 섞어 심었더니 오늘 아침 첫 꽃을 피운 것이다. 연둣빛 여린 잎사귀들을 뾰족 뾰족 내밀며 조이는 잘 자라고 있다.

어느 날 나는 홀연히 가고 없겠지만 나무는 자라, 오가는 산책객들에게 순백의 은은한 미소를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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