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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우유주사 ‘프로포폴’....노벨상 탈락 이유가 한국인 때문…?

‘망각의 우유주사’로 통칭되는 최고의 마취제 ‘프로포폴’이 2018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한국인들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임상의학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마취 유도에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포폴을 개발한영국(스코틀랜드) 의학자 존 글렌 박사는 최근 '알버트 래스커상'을 수상했다.

1945년에 제정된 '알버트 래스커상'의 수상자 87명이 노벨상을 받은 바 있어 존 글렌 박사도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것.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면역항암제 탄생에 기여한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일본의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무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에 즈음해 프로포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지난 1968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수의마취 학위를 딴 글렌 박사는 이후 제약사에 들어가 마취제 개발을 시작했다.

쥐, 토끼, 고양이, 원숭이 등에 대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현재 프로포폴은 다른 마취제와 달리 세포독성이 적어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마취 유도제 중 하나로 미국에서만 매년 6000만명의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프로포폴의 오남용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포폴 주사를 원하는 일부 부유층 한국인

서울 강남 지역에 소재한 성형외과에는프로포폴 주사를 원하는 환자 아닌 환자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다음은 연합뉴스에 소개된 한 일례다.

보톡스를 맞겠다며 병원을 찾은 한 30대 남성.

그는 의사와 상담 중 갑자기 마취용 주사제인 '프로포폴'을 주사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때부터 의사는 이 남성이 보톡스 환자가 아님을 즉각 알아차린다. 보통 보톡스 시술은 마취하지 않거나, 마취한다고 해도 크림을 바르는 게 일반적인데 이 남성은 처음부터 대뜸 프로포폴 주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의사가 난감해 하자 이 남성은 급기야 '돈은 달라는 대로 주겠다'며 본색을 드러냈다.

의사는 "언뜻 팔을 보니 혈관에 여러 개의 주사 자국이 선명한 점으로 미뤄 프로포폴 중독자로 보였다"면서 "바로 돌려보내긴 했지만, 요즘 강남 일대에 이렇게 프로포폴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는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처방하거나 처방받은 사람들이 한국의 사법기관에 구속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B성형외과를 운영하는 홍모씨는 프로포폴 주사를 놔 달라는 내원객에게 20㎖ 앰플 1개당 50만원을 받고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준 혐의로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이런 식으로 3개월(4∼6월) 동안 환자 10명에게 247회에 걸쳐 투약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양으로는 총 2만1천905㎖, 돈으로는 5억5천만원에 달했다.

아울러 장모씨는 프로포폴에 중독돼 홍씨 등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맞은 혐의로 함께 구속됐다.

그는 최근 6개월간 강남 일대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 1만여㎖를 상습적으로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포폴 주사에만 2억원 넘게 쓴 셈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전국 각지를 떠돌며 48개 병원에서 수면내시경 검사, 항문치료 등의 명목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이모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이씨는 "이유 없이 체중이 줄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수면내시경 검사를 해 달라고 요구해 프로포폴 등을 상습적으로 주사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양면의 칼”…‘우유 주사프로포폴

 

속칭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은 원래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 몸담았던 스코틀랜드의 수의-마취전문의 존 글렌(John B. Glen) 박사가 개발했다.

이후 외래 환자의 수술과 내시경 검사 등을 위한 마취제로 폭넓게 처방돼온 약물이다. 미국에서만 1년에 약 6천만회가 투여된다.

하지만 마약과 같은 환각효과가 있어 오남용이 심각하고, 자칫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발표된 각종 연구논문을 보면 프로포폴을 투여한 환자들의 감정은 단순한 기분 좋음에서 의기양양, 환상, 성적 쾌감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는 프로포폴이 뇌 속의 다양한 수용체에 작용해서인데, 바로 이점이 오남용은 물론 과다투여로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위험성에도 프로포폴이 마취와 진정을 위해 가장 흔하게 쓰이는 약물이 된 건 일단 인체에 들어가면 혈액에서 지방조직으로 신속히 퍼져 작용시간이 짧다는 이점 때문이다.
그러나 약물의 재분포, 반감기, 제거율 등과 같은 약리학적 특징이 사람마다 다양해 어떤 사람은 소량의 프로포폴에도 호흡억제가 쉽게 일어나고 저산소증에 빠질 수 있는 게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프로포폴은 기분전환을 일으키는 용량과 호흡억제를 일으키는 용량과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정부도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한 이후 올해 5월부터는 중점관리품목 마약류로 관리 중이다.

이에 따라 프로포폴 취급자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모든 마약류의약품의 제조·수입·유통·사용 등 취급 전 과정을 보고해야 한다.

그만큼 관리가 엄격해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프로포폴 오남용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프로포폴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국이 프로포폴을 수면마취가 아닌 전신마취용으로만 쓰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통합 유럽 위장병학저널'(United European Gastroenterology Journal) 최근호를 보면 독일 연구팀은 프로포폴의 중독성이 전신마취 유도 때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약물이 저속도로 주입되는 내시경 진정(수면마취) 때 발현된다고 보고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C씨는 "수면마취는 엄밀히 따지면 약물을 주입해 통증이나 불안감을 줄이는 진정 치료로 볼 수 있다"면서 "프로포폴 중독은 모두 이런 수면마취에서 비롯되는 만큼 수면마취에 프로포폴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의 D씨도 "프로포폴은 다른 마취제와 달리 역전제(회복제)가 없어 과량으로 투여시 호흡부전에 따른 기도확보 등 응급처치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기도확보가 안 된 수면마취에 프로포폴을 사용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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