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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만끽하는 고국의 진한 맛-제4부] 한식으로 재탄생한 ‘짜장면’

누구나 좋아하는 ‘한식’으로 재탄생한 짜장면

짜장면은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중국음식의 대명사다.

한국 땅에 뿌리내린 어언 100 . 바다 건너온 중국인들이 만들어낸 음식이건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해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호주를 비롯 세계 곳곳의 한인 거주지라면 짜장면집이 없는 곳은 전무하다.

본향은 인천 차이나타운.

한국 문화와 중국 문화가 공존해 '한국 속의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먹어보는 짜장면 맛은 한결 새롭다고 한다.

발자취를 더듬으면 친숙한 짜장면의 세계가 펼쳐진다.

 

연노란색 면발들이 둥근 그릇 안에 얼기설기 사이좋게 잘도 엉켜 있다. 그 위로 넉넉히 얹혀진 짜장. 이 진갈색 짜장은 나박나박 썰어진 양파와 돼지고기 등의 식재료를 살뜰히 안고 있다.

자르르 윤기 흐르는 짜장의 한가운데에 작고 귀여운 무순 세 개가 고명으로 살짝 얹혀졌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돈다. 한 그릇의 짜장면에는 이렇듯 독특한 맛의 매력이 하나 가득 담겨 있다.

한국인치고 짜장면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을까. 삼척동자도 다 아는 대중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식감에다 값까지 무척 싼 편이어서 주머니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다. 중국집에 가서 다른 메뉴를 먼저 먹더라도 짜장면은 후식처럼 곁들여줘야 제대로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음식은 역시 본고장에서 먹어야 제맛인 것 같다. 음식과 그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다. 짜장면의 본향인 인천시 중구의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식당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 대표 음식인 짜장면의 맛을 그 역사와 함께 만끽할 수 있다.

 

◇ 짜장면의 '本鄕' 인천 차이나타운

  경인선과 수인선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인 인천역을 나오면 길 건너에 이국적 건축물 하나가 보인다. 중국 특유의 건축 양식인 패루(牌樓)다. 문짝이 없는 대문 모양의 패루는 차이나타운의 관문과 같은 곳. 차이나타운에는 이곳을 비롯해 모두 4개의 패루가 사방의 경계에 우뚝 서 있다.

  패루에 들어서면 오르막길 양쪽으로 중국풍의 붉은색 가로등과 함께 크고 작은 중국음식점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응봉산 자유공원의 남서쪽 오르막길에 자리 잡은 차이나타운에는 현재 30여 중국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이곳 북성동 일대의 짜장면 거리를 걷노라면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중국의 어느 도심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짜장면을 제대로 알려면 이들 화교와 이곳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이 인천에 와서 만들었던 짜장면이 현지화하며 한식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짜장면의 역사는 국내 유일의 짜장면 박물관에 가면 상세히 알 수 있다. 이 박물관은 100여 년 전에 짜장면을 처음 개발해 판매했던 '공화춘'(共和春) 건물이다. 개보수 과정을 거쳐 2012년 정식 개관했다.

한적한 어촌마을이던 제물포에 중국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한 건 1880년대 초반이었다. 조선의 개항에 따라 응봉산 자유공원 아래에 위치한 지금의 차이나타운 언덕에 1884년 청국 조계지(租界地)가 5천여 평 규모로 설정되면서 '청관(淸館)'이라는 이름의 청국 영사관이 생겼고, 제물포항에서 일하는 부두 노동자들도 중국에서 대거 들어왔다.

그 조계지 일대에 중국음식점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 '쿨리'(苦力)'라고 불린 중국 노동자들은 서해 건너의 산둥성(山東省) 출신이 많았는데 이들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중국식의 짜장면이 함께 들어오게 된다.

중국식 된장인 춘장에 국수를 비벼 먹는 작장면(炸醬麵)이 바로 짜장면의 시조. 여기서 '작'(炸)은 불에 튀긴다는 뜻이고, '장'(醬)은 된장 등 발효식품을 의미한다. '면'(麵)은 밀가루 국수다. 즉 춘장을 볶아 면 위에 얹어 먹는 국수 요리인 셈이다. 이 음식의 중국어 발음인 '자지앙미옌'이 된소리화해 '짜장면'이라 불리게 됐고 중국 노동자는 물론 조선의 서민들도 좋아하는 대중음식으로 부상했다.

원칙적으로 된소리를 인정하지 않는 외래어 표기법 때문에 '짜장면'은 한때 비표준어 취급을 당했지만 이제는 '자장면'과 함께 당당하게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작장면은 춘장에 캐러멜색소를 넣는 등 몇 차례의 변화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짜장면이 된다.

지금 즐겨 먹는 한국식 원조 짜장면의 모태가 바로 공화춘이다. 중국 산둥 출신인 우희광이라는 젊은이가 1900년대 초반에 '산동회관'(山東會館)이라는 상호로 첫 영업을 시작했다가 1911년 청나라가 중화민국이 되면서 공화춘(1983년 폐업)으로 간판을 바꿨단다.

중국 공산화와 한국전쟁 등 격동기를 거치며 짜장면은 현지화의 길로 더욱 빠르게 내달린다.

재산권 불인정 등 한국 정부의 차별정책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화교들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춘장과 식재료로 짜장면 만들기에 박차를 가했던 것.

이와 함께 중국음식점을 차리는 한국인들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짜장면도 완전히 한국 음식화하기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부는 2006년 짜장면을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상징'으로 선정한 바 있다.'

 

 

◇ 춘장과 밀면이 연출하는 맛의 세계

 짜장면은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했다. 일반짜장을 비롯해 간짜장, 유니짜장, 삼선짜장, 쟁반짜장, 사천짜장, 고추짜장, 유슬짜장 등 그 종류가 많다.

하지만 대표주자는 역시 일반 짜장이다. 워낙 대중적이다 보니 식당에서 '짜장면 달라'고 하면 당연히 일반짜장이 나오게 된다. 이 짜장면의 재료와 요리법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펴보자.

 짜장면의 기본 재료는 양파와 돼지고기, 볶음춘장, 그리고 밀면이다. 물론 식당과 요리사에 따라 대파 등이 더 들어가기도 한다. 양파와 돼지고기를 얄팍하고 네모지게 나박나박 썰어둔다.

이를테면 깍둑썰기다. 돼지고기는 등심이 일반적이다. 콩을 재료로 하는 춘장은 생춘장을 볶아낸 볶음춘장을 준비한다. 여기에 밀가루가 중심이 된 밀면이 추가되면 짜장면 재료 준비는 완료된 셈.

짜장면은 말 그대로 짜장과 면을 만드는 두 가지 과정을 거친다. 먼저 짜장 만들기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붓고 가스불로 튀긴 다음 돼지고기를 넣어 젓는다. 고기가 웬만큼 익으면 양파, 대파 등 야채를 넣고 국자로 고루 저어준다.

그리고 이들 야채가 60% 정도 익었다 싶을 때 춘장을 얹고서 전체적으로 젓고 뒤집기를 반복한다. 야채가 완전히 익은 상태에서 춘장을 넣으면 야채 본연의 모습과 맛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단다.

다음은 밀면 만들기. 제면기에서 가늘게 뽑혀 나온 면발을 물이 펄펄 끓는 면솥에 넣고 면봉으로 2~3분 동안 휘휘 저어준다.

그 과정에서 면발을 면봉으로 공중에 들어 올려주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가 더욱 쫄깃해진다.

34년 동안 짜장과 함께해왔다는 '상하이' 식당의 노병은(53) 조리사는 "면발을 끓는 물에만 두면 잘 안 익는다"며 "찬물에 넣어 급랭시킨 뒤 다시 뜨거운 물에 넣어주면 익기도 잘할 뿐만 아니라 식감도 한층 살아난다"고 말한다.

 

<사진 왼쪽, 짜장면 기본재료인 돼지고기, 양파, 볶음춘장, 밀면이 놓여있다. / 오른쪽, 채썰기한 야채와 돼지고기를 센 가스불로 볶는다.>

짜장과 밀면을 프라이팬에 넣고 익히는 과정도 중요하다. 프라이팬은 밑이 둥글고 두꺼워 열을 고르게 받도록 만들어졌다. 짜장과 밀면을 한데 넣고 팬을 흔들며 재료를 높이 띄웠다가 받았다가를 반복하는데, 이게 바로 짜장면의 겉과 속을 두루 익히는 기술이란다. 센 불로 요리해도 짜장면이 타지 않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

짜장면 상차림은 비교적 단순하다. 짜장면이 황제처럼 군림한 가운데 단무지와 양파, 춘장, 자차이(짜사이)가 신하처럼 짜장면을 받들고 있다. 새콤달콤한 단무지와 아삭아삭한 양파의 경우 춘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더욱 교묘해지고 중국식 짠지인 자차이 무침은 꼬들꼬들한 느낌이 일품이다.

 짜장면은 상에 차려지자마자 젓가락으로 뒤집어 고루 섞어줘야 한다. 그래야 식감이 좋다.

한참 뒤에 섞으면 그사이에 면발이 굳어서 잘 섞이지 않고 맛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짜장면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요리사의 솜씨와 함께 손님의 정성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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