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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김희진]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앞가르마 곧게 가르고
긴 머리 감아 틀어
은비녀 곱게 꽂은 동백머리
요리조리 거울 보는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연년생인 남동생 때문에
할머니 빈 젖꼭지 빨고 컸다며
안쓰러워 눈물 짓던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잘난 남편 유학 보내고
반다지 위에 올려 놓은
주인 찾는 검정구두
긴세월 지켜내며
소리없는 소식 가슴 저리고
아들마저 앞세우고
구십평생 눈물 섞인 물 마시며
호탕하게 달다 웃던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곱디 고운 얼굴에서 
흘러 가는 세월의 흔적을 
거울에 담을 때마다
"늙어 가니 왜 이런다니?"
처음 살아 보는 그 나이를
수긍하기 힘들다며
내 손 잡아 그 얼굴에
살포시 대어 보는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이제는 그 자리에 내가 있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먹먹 할 때마다
할머니 일생을 펼쳐 보며
빈 젖꼭지 빨던 힘을 다해
기쁨의 소망을 갖게 하는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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