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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두용] “노벨상은 트럼프가, 우리는 평화 만”

4.27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에 감동한 이희호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큰 일을 하셨다. 노벨 평화상 타시라”고 덕담을 전해오자 회의를 주재하던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참으로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남북 두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과 완전한 비핵화를 골자로 하는 4.27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기 까지 장장 12시간 동안 전 세계는 이 광경을 충격과 환호 가운데 지켜보았다. 이 날의 놀라움과 갈채의 주인공은 단연 김정은이었다. 언론이 가장 주목한 장면은 물론 두 정상이 군사 분계선을 손잡고 넘나드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두 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거닐다가 아무도 배석하지 않은 채 30여 분 간 단 둘이 밀담을 나누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일본 언론들까지 두 사람의 입 모양을 분석해 가면서 각종 추측기사를 내었고 KBS는 입 모양새를 보고 두 사람이 ‘트럼프’와 ‘회담’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으며 김정은이 “비핵화를 하자(瑕疵) 없게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리가 한번 생각해보자. 그 내용이 뭐 그리 중요한가. 당연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이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문대통령에게 물었을 것이다. 그 보다도 나는 이 기막힌 연출을 해낸 청와대 참모진들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일각에서는 이 날의 남북 정상회담을 가르켜 김정은과 주사파가 합작으로 꾸민 ‘위장 평화쇼’라고 폄하했다. 그런데 외신 기자들 조차도 눈물을 흘리면서 감동적으로 지켜본 군사 분계선 상봉장면을 정말 이렇게 일언지하에 ‘위장 평화쇼’ 쯤으로 폄하해도 되는가? 이는 분명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설사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정치쇼’라 할지라도 우리가 이 기회에 미국을 설득해서 남북한 8천만 민족이 더 이상 핵전쟁의 공포가 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만 있다면 우리가 무슨 정치쇼인들 못하겠는가? 이번에 지금까지 욕심 많은 돼지나 악마인줄 만 알았던 김정은이 실제로 보니 매우 예의 바르고 말도 잘하고 솔직하며 게다가 유머까지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전 국민이 실제로 보고 확인한 순간 그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놀라운 변화다.

대북 선제 타격론을 주장하던 강경파 ‘폼페이오’가 미 국무장관에 임명되기 직전 CIA국장 자격으로 방북하여 김정은을 만났는데(남한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중일 때 인 것 같다), 이 때 김정은이 그를 어떻게 녹여 놓았는지 모르지만 그는 김정은을 가르켜 “지금까지 그 정도로 배포 있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고 평했다. 이후 트럼프도 김정은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 나는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었는데 판문점의 12시간을 지켜보고 나서 이해가 되었다. 김정은의 인물됨이 이 정도라면 북미회담의 결과를 낙관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북한은 발목 잡는 야당이나 국회가 없어서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김정은이 벽에 걸려있는 두개의 시계를 보고 ‘당장 시간부터 통일하겠다’고 발표하자 여동생 김여정은 저도 처음 듣는 말이라고 했다. 일단 북한이 개방되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가 그리 낙관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북미회담 결과를 낙관하는 것은 이제 김정은에게는 자발적 핵 폐기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또 다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 미국과 남한을 계속 위협하면 이번에는 미국이 그간 준비한 계획을 실행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위험한 일이다. 트럼프가 강경파들로 안보라인을 재편할 때 아마도 문대통령이 이를 눈치채고 김정은을 설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왜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는가?”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분명 진심일 것이다. 핵무기는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수단이었지 어떻게 감히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겠는가? 체제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보장만 있으면 김정은이는 100퍼센트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많이 속아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김정은이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통일은 차차 하더라도 5월중에 이루어질 북미 정상회담이 정말로 성공해서 남한의 기업들이 북한에 공장을 짓고 대륙을 잇는 철도를 개통하게 된다면 남과 북이 다 같이 번영하는 한민족 축복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정 두 용 목사

아이오나 콜럼바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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