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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희 칼럼] 해바라기 당신

가을이 와야 할 사월 말로 접어드는데 아직도 여름이 아쉬운듯 언저리를 돌며 따가운 햇살이 계속된다. 가을이 오면 찬 바람이 소산하게 불고 또 그 바람에 후드득 떨어질 화려한 낙엽을 보면 왜 그리 했을까하는 뒤늦은 후회를 할 사람들에게 여름은 가르치고 있을까? 나는 추위를 싫어해선지 더운 여름을 잘 견딘다. 그래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사우나실에서 눈감고 꼿꼿이 앉아 땀을 뚝뚝 흘리며 명상하며 하루를 되새겨보는 것이 행복한 시간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곧 가을이 올 것이고 여름내 무성했던 잎이 속절없이 후드득 떨어질 것을 예상 못하고 늘 뜨거운 여름이 계속 될 거라 생각한다. 그 여름 햇살 아래 커다란 둥근 모습의 강렬한 노란색으로 꽃의 왕인 양 으스대며 해를 따라 움직이던 해바라기도 가을이 되면 한줌 검은 씨앗으로 떨어진다. 또 앙증스럽게 붉게 피어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던 접시꽃도 시들어 버려진다.

대학 다닐 때 독재자들은 자신의 의도대로 국민을 끌고 가기 위해 3S (Screen, Sex, Sport) 정책을 써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것을 배웠고 그런 우민화 정책에 반대 하기 위해 지성인으로 깨어있자고 뛰어 다녔던 적이 있다. 네로가 왕이었던 화려했던 로마에서 시작된 그런 우민화 정책이 현재 내 조국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우습다. 호주와서 거의 30년 세월을 지나면서 사회공산주의 몰락 후 공산권에서 온 사람들의 한결같이 공산주의에 치를 떨던 이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인생의 가을이 오고 세월의 가을이 오면서 바뀐 나의 눈에는 조국의 이런 뒷걸음이 선선해야 할 가을에 땡볕의 여름날만큼 이상하다.

평창올림픽 계기로 최근 일어나고 있는 평화, 자주, 한민족이라는 기치로 열리는 여러 남북교류행사, 커뮤니티 행사들을 보며 또 거기에 해바라기처럼 뜨거운 여름 날의 감동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뒤늦은 후회의 노래를 부를 사람이 너무도 많은데 놀란다. 우선 가장 개념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매체에서부터 해바라기 당신이 많다. “9일 처음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국 내 수구 세력의 지나친 트집잡기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미움과 반대 때문에 어렵사리 마련된 남북대화 자체를 부정하고 의미를 폄하하려는 것은 판을 깨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우려스럽다.” 여기 어디에도 평화로 포장된 속임수, 평화통일의 위험, 김정은 공산독재체제가 해온 거짓선동과 기만의 역사, 북한 주민에게 가하는 인권 최하국가에 대한 위험을 잘 감안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논조는 없다.

해바라기 당신은 평화 콘서트, 평화협정 천만인서명운동,평화 축제, 평화 통일 기치를 내걸고 화려하고 뜨거운 기치 아래 여름날 소나기 직전의 고요함처럼 평화를 구걸한다. 그 어느 누구도 이 평화스런 평화타령 이면의 위험과 그림자를 애써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전쟁없는 평화를 어떻게 해서 진정 얻을 수 있는지 평화협정 뒤에 일어나야만 할 한미동맹의 파기, 그 파기가 단순히 안보 파기가 아닌 경제 파기 그것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을 곰곰히 생각해보는 사람은 없다. 탄핵사태 이후 지금 평화분위기가 바로 국제 정치학 큰 상황적 관점에서 중, 소, 북한의 공산체제 유지와 미국 위주의 자유민주체제의 패권싸움의 한 상황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 한국에서 악의 축인 사람들에게 “정의로운 전쟁보다 비겁한 평화가 낫다"며 구걸하다시피한다. 이 문구는 바로 친일파 이완용이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 이게 다 조선의 평화를 위한거다”라고 하면서 나라를 팔아먹은 것과 비슷한 생각이 자꾸든다. 이순신 장군의'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결사 항전이 바로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준 사례는 역사적으로 국제정치학에서 많이 본다. 물론 우리 국민 모두 ‘좋은 전쟁도 없었고, 나쁜 평화도 없었다' (There was never a good war, or a bad peace)’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보편적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평화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라는 공식은 지극히 특히 세계유일의 부자삼대세습 전제공산국가와 상대할 때 위험할 수 있다는 각도도 필요하다고 본다.

 저녁에 갑자기 뚝 떨어진 쌀쌀한 기온이 바로 가을이 곧 다가올 것임을 예고한다. 계절이 변함을 이해하는 한편 또 계절과 상관없이 늘 미리 준비하고 시류에 흔들림 없이 꿋꿋이 자리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다. 3S의 주체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주역을 맡던 지켜보는 관중이 되던 해바라기 당신이 되지말고 뒤돌아 후회하지 않는 노래를 부를 주인공이 많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는 가을처럼 성큼 다가 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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