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gn Up For Subscribe

Register your email address to receive our weekly e-letter and social media updates to your email.

이레터 무료 구독신청

[문학 김희진] 까치 밥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아얀 꽃 이파리 눈송이 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쌩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이 동요는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였던 박화목 선생님이 쓴 시인데 어느 방송국의 의뢰로 교육자이자 작곡가인 김공서 선생님이 여기에 곡을 붙여 1972년 한국동요 동인회를 통해 발표된 국민동요이다. 1970년대 초, 중학교 학생이었다면 누구나 지금도 잊지 않고 아마 입에서 술술 나올법한 동요이다.

아마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 올 때쯤 이었을 것이다.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 좌우로 몸을 흔들며 입을 크게 벌리고 이 노래를 부르며 과수원 길을 따라 학교에 다니곤 했었다. 예산에는 과수원이 많아 예산능금이 유명하다. 과수원 울타리는 아카시아 나무로 둘러져 있었고 탐스럽고 하아얀 아카시아 꽂 향기는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카시아 나무는 양 옆으로 작은 잎들이 모아져서 하나의 나뭇잎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도 그리운 고향의 삼총사들은 그날의 어떤 일을 결정 하기 위한 놀이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을 외치며 잎파리 하나씩을 따버리고 맨 위 나뭇잎이 남는 것에 따라 그날의 운세를 점치든가 설레는 사춘기의 마음들을 표현해 보이며 뭉게 구름 위에 앉았다 내려왔다 했었다. 

과수원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은 과일나무 관리하시랴 밭농사를 지으랴 등으로 편할 날이 없었고 사철마다 일 거리는 손에서 떠나질 않았다. 겨울이 오면 사과나무들이 얼지 않도록 볏짚으로 꽁꽁 싸매어 놓았고 봄이 오기 전에 나무마다 가지 전지를 치고 떨어진 잔가지들을 묶여서 가지런히 쌓아 놓고 겨울에 따뜻한 땔감으로 쓰곤 했다.

봄이 오면 밭을 일구어 씨를 뿌리고 새싹이 나면 이랑을 만들어 모종을 하였다. 과일나무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 시작하면 적과(열매 솎기)를 시작했고 뜨거운 여름날씨와 싸우며 소독하고 물주며 풍성한 열매들을 만날 때까지 땀방울 맺히는 수고가 끝나지 않았었다.

드디어 빨갛고 노랗고 울긋불긋한 열매들이 맺히는 가을이 오면 부모님의 손길은 더 바빠졌고 여름 내내 그을리신 구릿빛 얼굴에서는 누런 금가루가 휘날리곤 했다. 씨를 뿌리고 정성을 다해서 가꾸고 그 열매들을 거둘 때의 기쁨은 농부들의 삶의 전부였고 풍성함으로 주신 이에 대한 감사가 넘치는 고백의 순간이었다. 그 감사는 또한 까치 밥으로 이어졌다. 맨 위에 있는 열매는 따지 않고 까치가 와서 먹을 수 있도록 듬성듬성 남겨 놓았다. 까치들의 밥이었다. 어린 마음에 그 꼭대기에 앉아 있는 그 까치 밥이 왜 그리도 탐나고 부러웠는지 모른다.

밭에도 보리이삭이며 땅콩, 밀 콩, 고구마 등 이런저런 이삭들을 남게 놓고 타작이 끝나면 동네 사람들이 와서 이삭을 주어 갈수 있도록 또는 새들이 와서 먹을 수 있도록 하셨다. 까치 밥은 곧 그 누군가를 위하여 먼저 남겨 놓는 여유분이었다.

한 해도 다 저물어가는 12월이다. 되돌아 볼 때 과연 내가 남긴 까치 밥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힘들고 어렵다고 까치 밥 조차 내가 다 먹어 치우지는 않았는지. 봄과 여름을 지나며 결실을 위한 수고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아까운 마음에 매몰찬 인색함은 없었는지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너희가 너희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레위기 19: 9~10).

성서 한 구절이  마음에 새겨 든다.

Tags: 

관련 기사

clearblockeleven

clearblockel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