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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만 명의 관객이 주목하다, 테너 사이먼 김

‘오페라 인 더 도메인’ 무대 올라

 

숨이 ‘탁’ 멎었다. 13일 호주오페라단 ‘오페라 인 더 도메인(Mazda Opera in the Domain)’의 마지막 무대는 사이먼 김(Simon Kim·김창환)이었다. NSW주립미술관 건너편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은 무대를 중심으로 사람들로 가득찼다. 2만 5000여 명의 관객이 일제히 무대에 오른 사이먼 김을 바라봤다. 곡명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가장 유명한 아리아로 알려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였다. 오케스트라 선율이 울려퍼지고 사이먼 김의 목소리가 살포시 얹혀졌다. 사이먼 김의 깊은 음성은 진한 울림으로 관객들의 마음에 가 닿았다. 돗자리를 펴 놓고, 가족들과 연인들과 친구들과 함께 온 시드니 시민들은 그의 아름다운 노래에 빠져들었고 어느 새 무대에 깃든 긴장감은 행복감으로 변했다. 공연을 찾은 곳곳의 한국계 관객은 뿌듯함으로 그의 무대를 지켜봤다. 노래의 절정인 ‘빈체로’는 눈부셨다. 거대한 잔디밭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사이먼 김의 표정에도 미소가 번졌다. 자연스럽게 무대는 앙코르 곡으로 이어졌다. 출연자들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로 호흡을 맞췄고, 오페라가 울려 퍼진 ‘임시’ 야외 공연장은 근사했다. 공연은 끝났다. 이젠 기억의 선물이다. 지난 주 사이먼 김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황홀했던 순간들을 되돌렸다. 

 

Q 헤아릴 수 없는, 수 많은 관객 앞에 서는 흔치 않은 무대다. 평소보다 더 떨렸을 것 같다.

큰 공연이든, 작은 공연이든 항상 떨린다. 무대에 서는 게 큰 선물인 동시에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일단 무대서 노래를 하게 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이번에도 긴장하며 올랐다. 조명이 강해 수 많은 관객이 다 보이지는 않았다. 노래가 끝나고 관객 반응에서, 많은 분들이 오셨구나 하고 알았다. 사실, 정말 좋았다. 서고 싶은 무대였다. 지난 12월 멜버른에서 비슷한 야외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는데 날씨 때문에 취소가 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번 시드니 공연 때도 조마조마했다. 혹시 ‘징크스’가 될까 걱정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고, 잘 끝나 기쁘다. 잊지 못할 공연이 될 것 같다. 

 

Q 마지막 노래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렀다. 어려운 곡이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통해 더 유명해진 곡이기도 하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이 곡을 부를 때는 두 가지 조건이 따라붙는다.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내가 기대감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워낙 대가들이 많이 부른 곡이라 관객들의 기대치가 있다. 이 노래를 부를 땐 그래서 마음이 어렵다. 하지만 이 노래를 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자신감도 있다. 호주서만 60-70번 불렀다. 호주 처음 왔을 때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고 그때 아내가 이 노래를 백 번 부르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다. 아내 덕분인 거 같다. (웃음) 이번 무대서도 너무 좋았다. 오케스트라와 호흡이 잘 맞았다. 오케스트라가 주는 에너지가 있다. 마치 파도가 떠밀려 오듯. 만족스러운 무대였다.

 

Q 2009년 이민을 왔다. 이민 1세대다. 호주오페라단의 수석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에서 공부했다.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고 무대 경력을 쌓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교육자, 성악가로 살았다. 그리고 호주로 왔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오디션부터 봤다. 문화가 달라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다. 손 동작 하나에도 의미가 같지 않았다. 이탈리아어엔 능숙했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았다. 열정으로 버텼고, 흘러오니 여기다. 지금은 감사한 일이 참 많다. 여기서 인정도 받고 있고, 또 유명한 지휘자들, 세계 스타들과 함께 무대에 서니 많은 것들을 배운다. 또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연락을 종종 해 온다. 한꺼번에 선물을 받고 있는 기분이다.

 

Q 2018년이다. 새해 소망이 궁금하다.

가족들과 함께 올해 목표를 정했다. 첫째는, 게으르지 말자다. 둘째는 운동을 하자다. 실은 호주에 오기 전에 큰 수술을 했다. 몸 속에서 5-6센티미터 덩어리 같은 게 발견됐는데, 뭔지는 열어봐야 한다고 했다. 10시간 넘는 수술이었다. 다행히 암은 아니었지만 척추에 보형물을 삽입했고, 늑간·교감 신경 일부를 절단해야 했다. 지금도 오른쪽 상반신엔 땀이 나지 않아 체온 조절이 어렵다. 노래 부르는 사람에겐 망가진 악기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이다.

 

Q 관객 앞에 서는 일이다. 한인 커뮤니티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 같다.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에게서 큰 힘을 얻는다. 한인 커뮤니티에 감사한 마음이다. 이민자의 삶은 쉴 틈 없이 바쁘다. 더구나 문화생활에 눈을 돌릴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느껴보면 또 그만큼 좋은 게 문화생활이다. 호주엔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다. ‘오페라 인 더 도메인’ 역시 해마다 무료로 열리는 무대다. 잔디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페라를 듣는 즐거움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조그마한 관심이 시작이 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문화생활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한다.

 

사이먼 김의 다음 공연은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카르멘’(2월 10일-3월 23일)이다. 2월 27일까지 레멘다도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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