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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혜자스럽던’ 캔버라 한식축제

최근 인터넷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두 가지 말이 있다. 바로 ‘혜자스럽다’와 ‘창렬스럽다’이다.

두 가지 모두 연예인들의 이름에서 나온 신조어로 상반된 뜻을 지니고 있는데, 편의점 즉석식품을 사먹던 소비자들을 통해 각종 SNS로 퍼져나가면서 젊은 층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먼저 '혜자스럽다'는 말은 탤런트 김혜자의 이름을 내건 편의점 도시락 제품 이름에서 유래됐다. 이 제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타사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과 맛이 뛰어나 호평을 받으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혜자푸드’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판매량도 급속도로 늘고, 탤런트 김혜자에게는 ‘마더 혜레사’ 등의 별칭도 생겼다.

이와 대비되는 의미의 신조어가 바로 ‘창렬스럽다’이다. 바로 겉포장과 달리 속 내용은 실속 없고 부실한 제품을 비꼰 말인데, 한 네티즌이 그룹 DJ DOC 출신 가수 김창렬의 이름을 빌린 냉장식품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유래됐다. 이후 이 단어는 식품의 범주를 넘어 포장 용기보다 용량이 얼마 되지 않는 화장품, 상자 크기에 비해 적은 양이 든 문구 세트 등 다양한 제품에 ‘창렬하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런 인터넷 신조어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두 개의 축제가 얼마 전 열렸다. 하나는 ‘혜자스럽던’ 캔버라 한식축제와 또 다른 하나는 ‘창렬스럽던’ 시드니 한국의 날 행사였다.

먼저 캔버라 한식축제는 상상 이상이었다. 기자 역시 이 축제에 대해 ‘과연 방문객이 얼마나 올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왜냐하면, 캔버라 지역의 특성상 일단 시드니와 비교하면 한인들뿐만이 아니 거주인구가 적고 또 축제장소도 시내가 아닌 교통이 그다지 편하지 않은 대사관 정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제가 진행될수록 이런 기자의 선입견은 무참히 깨졌다. ‘김치’를 비롯한 신선로, 비빔밥, 불고기, 잡채, 파전 등 다양한 한식 판매대는 어느새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공연이 펼쳐지는 중앙무대 앞의 잔디밭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방문객들로 가득 찼다. 또 방문객들도 한인 동포들이 아닌 대부분 현지 지역 주민들이었고, 한식과 한국문화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물론 축제는 대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이런 성공에는 축제를 준비한 대사관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 캔버라 동포사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컸다. 그 노력을 모두 소개할 순 없지만, 대사관은 축제에 대한 전반적인 홍보와 한식 메뉴에 대한 선정, 공연팀 섭외까지 그 노력한 흔적이 보일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 특히 축제 안내 문구가 ACT 내 정부 홈페이지에 축제 전날까지 게시됐고, 지역 광고대행사와 연계한 광고 포스터를 시내 곳곳에 붙임으로써 축제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또 캔버라 한인회 및 한인교회들은 이런 대사관의 노력에 부응해 한식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메뉴들을 저렴한 가격에 푸짐히 준비해 동참했다. 실제로 이날 한식 메뉴의 가격은 가장 비싼 것이 1인분에 5달러를 넘지 않았다.

이런 동포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에는 캔버라 대사관과 동포사회와의 평소 친밀감이 큰 몫을 차지했다. 공관과 동포사회가 함께할 때 가져올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맘껏 발휘된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식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호주 주류사회에서 활동중인 유명 한식 셰프를 초청해 한식 시연이나, 방문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대형 비빔밥 만들기 등의 무대를 마련했으면 축제의 의미가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다.

한편 혜자스럽던 캔버라 한식축제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 바로 ‘창렬스럽던’ 시드니 한국의 날 행사다. 사실 시드니 한인회의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이고 신임 회장의 취임으로 새로운 분위기에서 준비한 이번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속 없고 부실한 ‘창렬스러운’ 행사였다. 시드니한인회는 올해 축제 주제가 ‘가족’으로 모든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참여형 축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프로그램을 보면 공연 위주의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지난해 동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씨름, 마라톤, 마상 무술 시범과 승마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올해였다. 한국을 알리고 동포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라기보다는 단지 행운권 추첨으로 시작해서 행운권 추첨으로 끝난 하루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열정이었다. 혜자스럽던 캔버라 한식축제는 한식과 한국문화를 알리겠다는 주최 측의 열정과 노력이 축제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면, 창렬스럽던 시드니 한국의 날은 축제를 변화 발전시키겠다는 주최측의 어떤 열정도 보이지 않던 단순히 연중행사로 열렸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시드니 한국의 날을 기다리며 시드니 한인회에 몇 번 축제 관련해 몇 번 문의를 한 적 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행사를 준비하는 이벤트 회사에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은 세상사는 원인이 있으면 그에 따른 결과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열매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열정을 심은 캔버라 한인축제의 대성공과 행운권 추첨밖에 관심을 끌지 못했던 시드니 한국의 날 행사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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