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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한류 시대, 공관들의 협력 요구돼

“해외에서 한국 영화 상영은 대부분 예술 극장 전용이야.” 

한국영화가 지금처럼 힘(?)을 쓰지 못할 때인 10년 전, 선배가 던진 말이었다. 해외에선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선배는 그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2015년이다. 판도는 바뀌었다.

특히 호주에서의 변화는 놀랍다. 당장 올해 6회째를 맞이한 ‘호주한국영화제’는 시드니를 시작으로 브리즈번, 멜버른, 캔버라, 퍼스에 이어 지난 주말 아들레이드에 안착하며 대형극장인 이벤트 시네마를 주축으로 6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마돈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끝까지 간다’, ‘명량’ 등 엄선된 20편의 라인 업도 훌륭했다. 주최측인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은 올해 ‘호주한국영화제’에 5500~6000명의 관객이 다녀갔을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2010년 첫 문을 연 ‘호주한국영화제’와 비교하면 한국답게 짧은 시간 안에 고속 성장을 이룬 셈이다. 제 1회를 되돌아보면,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근처의 호주 예술 영화관 덴디 시네마에서 8개의 작품으로 1000여 명이 참석한 소규모 영화제였다. 이 후 개최 도시가 늘었고 장소가 대형극장으로 바뀌었다. 관객 수 또한 증가했고, 상영작 역시 풍성해졌다. 영화제의 특별함을 맛볼 수 있는 감독,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 돼 올해는 김성호 감독, 신수원 감독 등이 시드니를 찾았으며 지난해엔 배우 박중훈이 감독으로 방문했다.

6회 즈음 영화제는 규모를 키워나가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한국의 좋은 영화들이 밑바탕이 됐고, 2012년 싸이의 한류 열풍과 한국 기업(삼성 호주 법인)의 후원 역시 영화제 성장에 주효했다.

호주 내 한국 영화의 관심도 달라졌다. 당장 한국 영화들의 호주 개봉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2013년엔 호주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가 한 편에 불과했지만 지난 해엔 3편, 올해엔 개봉했거나 예정인 영화가 10편에 달한다. ‘국제시장’부터 ‘연평해전’ ‘강남 1970’ ‘미쓰 와이프’ ‘뷰티 인사이드’ ‘암살’에 이어 ‘베테랑’까지, 이쯤 되면 거의 실시간으로 호주 극장에서 한국의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이런 변화가 교민 사회를 넘어선 한국영화의 시장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일단 극장의 웹사이트에서 한국 영화의 포스터를 종종 볼 수 있게 된 건 반가운 일이다. ‘호주한국영화제’측도 한국영화의 잇따른 호주 개봉으로 라인 업에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호주한국영화제가 풀어야 할 고민은 하나 더 있다. 한국영화제를 두고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은 ‘호주한국영화제’로, 주호주대사관은 ‘캔버라 한국영화제’로 각각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같은 행사를 두고 명칭만 다른(?)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 것.

지난해부터 호주한국영화제가 캔버라, 아들레이드, 퍼스로까지 확대돼 열린 가운데 주호주대사관은 기존의 ‘캔버라 한국영화제’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 다른 영화제인 듯한 혼란을 줬다. 관할 지역 한국영화제는 따로 소개했다. 영화제 같은 경우 그 이미지를 키워나가는데 명칭은 중요하다. 같은 행사를 두고 영화제 이름을 달리하면서까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가장 우선시 돼야 할 영화제를 위한 제대로 된 소통이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우리가 했다’는 성과주의만을 좇다 보니 행사의 기획 의도는 사라져 민망했다.

 영화제에만 국한된 해프닝은 아니다. 한류 열풍으로 해외 공관들의 활동이 바빠졌고, 행사와 사업이 한류(K팝, 한식, 한글)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다 보니 자연스레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졌다. 내용에 차별성을 두기 어려워졌고 경계 자체도 모호해져 버렸다. 그렇기에 오히려 협력할 여지는 커졌지만 소통은 글쎄다.    

 호주의 ‘한류’는 아시아 지역과는 다르다. 한국과 호주의 경제 교류에 비해 아직 호주에서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형성돼가는 과정에 있다. 한국을 알리는데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일례로 올해 호주에선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 ‘억척가’(시드니페스티벌), 넌버벌 퍼포먼스 ‘옹알스’(멜버른코미디페스티벌), 니어 이스트 콰르텟(브리즈번 국제 재즈 페스티벌), 사진작가 정정호(호주사진센터)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호주가 보는 한국 문화는 이들의 작품 속에 있었다.   

 해외 공관들이 여는 문화 행사, 사업들은 교민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또 고국의 문화를 누리는 즐거움을, 현지인들에겐 한국을 알리고 색다른 감동을 전하는 소중한 기회다. 그 ‘기회’들이 호주만의 한류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대로 빛날 수 있도록 현명한 소통과 과감한 시도를 기대해본다. 

©TOP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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