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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엽서] “어둠은 닭을 이길 수 없다…”

한국의 대표적 사실주의 작가 이상원 화백은 정유년 새해를 맞아 촉야(燭夜)라는 주제를 내건 전시회를 열고 “어둠은 닭을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줬습니다.

“깃털 곧추 세우고 목청껏 새벽을 부른다.  빛을 부른다.  거친 어둠 다 물리치고 환한 새 세상을 부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라는 고서에서 “닭은 때를 아는 가축”으로 묘사됐고, ‘한시외전’(韓詩外傳)에서는 “밤을 새워 때 맞춰 울어 새벽을 알리는 점에서 믿음의 새”로 지칭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닭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유익한 존재이자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동물로 인식돼 왔습니다.

“어둠이 닭을 이길 수 없다”는 경구는 영어권 최고의 고전에서도 언급된 바 있습니다.

“닭은 새벽의 나팔수, 높은 목청으로 해님을 깨우지. 그 울음 소리를 들으면 여기저기 떠다니던 헛것들이 모두 자기 자리로 줄달음질칠 수 밖에 없다지 않은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의 독백을 통해 닭은 어둠도, 세상의 헛것도 물리친다는 점을 가리켰습니다.

아무튼 “닭의 높은 목청” 속에 정유년 새해가 활짝 밝았습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그리고 다아윈에서 호바트에 이르기까지 정유년의 해님은 활짝 솟아 올랐습니다.

하지만 병신년의 참담함과 절망을 송두리째 털어냈으면 하는 모든 이들의 간절한 바람은 현실의 벽을 완전히 넘지는 못한 듯합니다.

고국은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소문에 살짝 끼어든 진실이 우리 주변을 더욱 암울하게 하는 듯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소문이란 추측과 질시, 억측으로 부는 나팔”이라고 그의 역사극 <헨리 4세>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그의 명언에 대해 많은 문학 평론가들은 “소문이 고약한 것은 그 거짓말 속에 진실이 살짝 끼어들어 있기 때문이다”라는 자체 해석을 덧붙여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실이 신발을 신는 사이에 거짓은 동네 두 바퀴를 돈다”는 한국의 격언을 생각하면, 현재의 상황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질시에 힘입어 억측으로 부는 나팔 앞에 낮은 진리의 목소리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이 새해에 더욱 새롭게 새겨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분명 “억측으로부는 나팔”은 고국 국민들의 정서적 틈새를 타고 사회적 혼란과 절망을 더욱 부추긴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이 가까워오듯, 혼란과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이성에 기초한 이상을 따라가며 소중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조금씩일지언정 우리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믿어 마지 않습니다.  

정유년의 닭이 어둠과 헛것들을 확실히 물리쳐줬으면 합니다.

고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정치적 혹은 이념적 프리즘으로 투영하지 않고, 제도적, 법리적 잣대로 냉철히 판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톱 미디어 발행인 이숙진

 

©TOP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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