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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한국 부모의 한국어 교육 일탈

올해 초, 아이의 영어 성적표를 앞에 두고 교사에게 꺼낸 첫 마디는 “집에선 한국말을 사용한다”는 거였다.

반쪽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는 아이에 대한 고민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깔린 발언이었다.

이러하니 아이의 영어에 신경을 더 써 주기를, 혹시 알고 있는 특별한 대책(?)이 있으면 알려주길 내심 바랐다.

하지만 교사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내 옆에 앉은 아이를 바라보며 “럭키하다”고 했다. 그리곤 자기는 집에서 그리스어를 썼다고 덧붙였다.

곰곰이 교사가 말한 “럭키”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이중언어를 사용한다는 것. 그건 다른 두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버팀목을 갖고 있다는 뜻이며, 새로운 사고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학계에선 이중언어 사용이 뇌 구조 향상에 도움이 되고 정신 체계를 긍정적으로 바꾼다는 연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당의성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이중언어가 환영을 받는 시대다. 이 중요성은 호주에 사는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주말이면 어린 자녀를 이끌고 한글학교로 향하는 게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적어도 한국어를 바르게 쓰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듯 하다.

하지만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당장 OC와 셀렉티브를 준비해야 하고 이른바 전문직을 얻기 위한 대학 진학이 목표가 되면 어느 순간부터 ‘한국어’가 아이의 일상에서 사라진다. 부모와 자녀 간 대화에서 한국어가 쓰이지만 어렸을 때 배운 한국어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아이의 한국어를 잘 들어보면 조사만 한국어인 경우가 많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1.5, 2세대들의 상황 또한 엇비슷했다. 간단한 대화는 한국어로 할 수 있으나 자신의 의견을 조금 더 깊게 표현하는데 있어 한국어는 서툴렀고, 쓰기 부문에 이르면 이메일을 한국어로 주고 받는다는 것 자체에 버거워했다.

지난 달 한인회관에서 진로 교육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고, HSC 한국어 과정이 소개됐다. 호주에서 태어나거나 10세 이전에 이민 온 교민 자녀들이 헤리티지 과정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HSC 점수는 대학 진학과 직접적 관련이 있기 때문에 HSC 한국어 수준과 자녀의 한국어 수준을 비교해보면 손사래부터 친다. 한국어를 말할 수 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한다.

한국어는 이미 호주 안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공교육에서도 확대돼 호주 전역 70곳의 초중고 정규 과정을 통해 9천235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주로 교포 자녀들이 가는 주말 한글 학교는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만도 34군데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럭키한 상황은 어디에서 멈췄는가. 언어를 정교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하이스쿨 시기 한국어 교육이 따라가지 못한데 있다. 한 아이가 외국어를 배우려면 얼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 한국의 영어 시장이 알려주고 있음에도 막상 주어진 ‘럭키’한 상황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호주와 한국의 관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고, 1.5, 2세대들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당장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오히려 ‘한국어’ 교육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다행히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재미나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은 마련 돼 있다. 다만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스템 확보에선 물음표다.

한국어 열풍이지만 막상 1.5, 2세대들의 한국어 향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책 마련은 사각지대에 빠져있다. 한국 가정이 백그라운드여서,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입시 경쟁에 밀려서 등 여러 이유로 오히려 조금의 노력으로 큰 효과를 거둬들일 수 있는, 아이 인생에 있어 더 중요한 텃밭 가꾸는 것엔 가정에서도, 동포사회에서도, 기관에서도 소홀하다. ‘럭키’한 상황을 말 그대로 ‘럭키’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TOP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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