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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투표용지에 담긴 혼미한 민심

 “후보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복잡한 선거방법과 개표절차를 생각하니까 괜히 엉뚱하게 찍는 것 보다는 차라리 무효표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국의 대기업 고위 임원 출신으로 호주에서 첫 투표에 참여하게 된 50대 후반의 한인동포의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한인동포뿐만 아니라 호주 내 이민자들 다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심지어 호주인들 가운데도 현재의 선거제도에 대한 불만을 무효표로 표출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합니다.  

이번 총선의 무효표는 전체 표의 5%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평균적으로 한국총선 무효표 비율의 두 배 이상을 상회합니다.  

실제로 비영어권 출신 이민자 구성비가 높은 지역이 무효표 발생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지구상에 완벽한 선거제도는 결코 존재할 수 없음이 이번 7월 2일 연방총선을 통해 재확인됐습니다.

호주가 지난 1918년부터 채택해오고 있는 선호투표(Preferential Voting) 제도는 지상 최고의 선거 방식으로 평가됐고, 고국으로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문화주의 사회인 호주가 이 제도의 장점을 100% 활용하기에는 상당한  장벽이 존재하는 듯 합니다.

호주의 복잡한 정치 구도에 복잡한 기표방법, 복잡한 개표절차, 그리고 더 복잡한 집계과정…

지상 최대의 투표용지를  통해 표출되는 민심은 혼미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여전히 의무적 선호투표제도(Preferential Voting)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다수투표제와 결선투표제의 장단점을 모두 수용하고 있는 완벽에 가까운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번의 투표로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당선자를 확정함과 동시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사표를 최대한 방지하며 소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당선자 모두는 유권자의 과반수 지지라는 당위성을 부여 받게되지만,  진정 ‘투표자들의 의중이 반영된 과반수’이냐는 의구심은 선거 때마다 제기됩니다.

즉, 1순위 기표뿐만 아니라 2순위, 3순위 등의 선호표 역시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의 중요성이 있지만 유권자들이 그 중요성을 과연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의 본질적인 문제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때마다 정치광고는 넘쳐나지만, 차순위 기표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는 거의 전례가 없다는 점은 정치권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문제입니다.

오히려 일부 ‘듣보잡’ 정치인들은 이 제도의 맹점을 철저히 악용하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우리 한인사회를 포함한 비영어권 출신 유권자들이 깊게 인식하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 차순위 표로 인해 당락이 확 바뀌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는 전체 판도를 뒤짚기도 했음은 지난 2007년 연방총선 이후 매 선거 때마다 입증되고 있습니다.

즉, 호주의 선거제도는 유권자 개개인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나 정당에 1번을 찍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낙선시켜야 할 후보나 원하지 않는 정당에 대해 제대로 기표를 해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임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본인이 선호하는 후보나 정당에 1번을 기입한 후  별다른 고민 없이 여타 후보 혹은 정당의 이름 옆의 네모칸에  2, 3, 4…의 숫자를 마구잡이로 기입하는 호주의 선호투표제는 지상 최악의 선거제도로 전락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함을 우리 모두가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됐습니다.

 

<발행인 이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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