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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곱씹어야 할 ‘Ch9 60 미니츠’ 편파보도의 교훈

“끝나지 않은 악몽에 갇혀 있다. 한국을 방문한 게 일생 최악의 일이 됐다.”

지난 22일 호주 시사프로그램 ‘60미니츠’에선 한국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아들레이드 출신의 25세 에어드리 매트너씨 사연을 다뤘다.

타이틀은 ‘Fighting Back’. “재 투쟁”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 제목으로 ‘60미니츠’는 성폭행 사건을 해결하는데 한국 경찰을 믿지 못하고 매트너씨가 직접 나서 ‘정의’를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동시에 외국인 여성 관광객에게 한국은 안전하지 않은 나라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담았다.

당장 한국 언론들이 이 방송을 기사화했고, 논란은 확산됐다. 부랴부랴 서울용산경찰서는 24일 입장자료를 통해 조사 과정엔 문제가 없었고, 용의자 중 (나이지리아 국적의) 한 명을 검거해 특수준강간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사이 호주 언론들도 이 방송을 보도했고, 한국은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 서울용산경찰서가 입장자료를 호주 언론들에게까지 보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입장을 보도한 언론 매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60미니츠’에선 한국 경찰에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거절했다는 것으로 한국 경찰의 입장을 정리했고, 졸지에 서울용산경찰서의 적극적인(?) 입장 자료는 한국 여론을 의식한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게 됐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하나의 브랜드로 형성돼가는 호주에서, 이번 방송은 치명타다.

이 사건은 지난 3월에도 논란에 휩싸였다. 에어드리 매트너씨가 온라인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 한국 경찰의 부적절한 질문과 부실한 수사를 지적하며 직접 ‘범인’을 잡겠다는 글을 올려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으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때도 용산경찰서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매트너씨의 진술을 반박하는 서한을 영어와 한국어로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올렸다.

매트너씨는 이를 두고 공개적으로 모욕을 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려는 행위라고 말했고, 네티즌들은 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망각한 채 평판을 지키려고 피해자를 공개적으로 망신시켰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유감을 표명하고 게시글을 삭제했다.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은 누굴 위한 것인지, 어떤 목적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한국은 안전한 나라다. ‘성폭행이 만연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험한 나라’라는 이번 방송을 편파적이라고 지적하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상당하다. 일각에선 성폭행 건수를 비교하며 오히려 호주가 더 위험한 나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이 편파적이었다고 외면하기엔 방송에도 나왔듯 한국의 성범죄와 관련한 숫자들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2014년 유엔 마약범죄퇴치국이 발표한 성범죄 통계를 보면, 한국의 성범죄 피해자 수치는 77개 유엔회원국 가운데 25위를 기록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신고되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성범죄가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성폭력 범죄 신고율은 10%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한국피해자학회와 성폭력 상담소에 따르면 수사, 재판 과정에서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 등으로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는 성폭력 관련 고소인의 약 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성폭력 사건 검거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성폭력범 구속률은 줄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 해 6월까지 성범죄의 실형률은 27.4%였다.

이쯤되니,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한국은 성범죄 피해자에게 안전한 나라인가. 이젠 이 질문에 적극적인 대답을 찾아야 할 때다. 

 

©TOP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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